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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70주년: 포스트 트라우마

작가 예온 조회수 340 추천수 0 등록일 2018-05-14

지역 : 제주특별자치도 > 제주시 > 연동 >



4.3 70주년 특별전으로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포스트 트라우마>전에 다녀왔다.
2018년 3월 31일부터 6월 28일까지 열린다. 나는 4월 중순 따뜻한 봄날에 그곳을 방문했다.
금번 전시가 특별했던 이유는, 다른 여러 국가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공동 기획이기 때문이다.
한국 뿐 아니라 중국, 대만, 베트남의 사건들과 연계된 작품들이 공존하여 세계사가 소통하는 전시이다.

왼쪽의 조각품은 제주도립미술관 정원에 있는 제주 출신 작가 강시권의 <정중동-사유>이다.
사람의 겉모습(테두리)에 구름들이 여기 저기 흐르고, 내부는 없다. 비움의 미학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비우고 싶어서가 아니라 비워내야 그나마 삶을 지탱할 수 있다. 안 그러고 싶어도 비워내는 것밖에 할 것이 없으니까.  


아름다운 정원과 건축미를 뽐내는 제주도립미술관에서 4.3제주항쟁을 기념하여 <포스트 트라우마>전을 6월 28일까지 개최한다.
아직고 한달 이상 남았으므로 제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곳을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전시회 뿐 아니라 정원을 거니는 맛이 일품이다.


제주도립미술관 너머로 제주의 상징인 한라산 봉우리가 보인다. 맑은 날에는 어디에서도 한라산이 보이기는 한다. 섬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상설전시관인 장리석기념관이 보인다. 일단 관람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그의 나이를 알면 놀래리라. 
안도 타다오의 유산인지, 요즘은 전부 노출콘크리트 공법이다. 구멍모양이 있는 시멘트 벽을 말한다.


한국의 원로화가 장리석은 평양 태생이다. 1916년에 태어났다. 올해로 2018년 103세이시다. 
한국의 근대사를 한몸에 간직하고 계시는 분이다. 


2016년에 백수 기념 전시회까지 열었다고 한다. 그는 평양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 여느 사람들처럼 일본에서 수학했다.
1951년 1.4후퇴 당시 피란으로 부산을 거쳐 제주에 정착하여 4년의 시간을 이곳에서 머물렀다. 그래서 제주 소재의 작품들이 많다.  


그는 서민의 일상, 특히 제주 풍경을 많이 그렸으며, 이후 제주에서 서울로 정착하여 정부 기록화도 그렸다. 


특별전시로 4.3 70주년 포스트 트라우마 전이다. 사람들은 진실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을까. 과연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한다.
또한 알고 있어도 밖으로 말하지 못하는 진실은 또 얼마나 될까 한다. 4.3항쟁은 1948년 4월 3일에서 1954년까지 일어난 사건으로,
일본이 패망하고 그 자리에 강대국들이 점령하여 미군정과 남한 단독 정부 수립과정에서 일어났다. 가장 많은 피해자는 역시 일반 시민들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하게 제주4.3항쟁의 사건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도처에 산재한 유사 사건들(중국, 대만, 베트남, 일본등)과 함께 한다.   


왼쪽의 작품 <228>은 색맹 검사지에 있는 3개의 아라비아 숫자이다. 처음에 저것이 작품인가 했다는^^
대만작가 메이 딘 옌의 1995년 캔버스에 아크릴 작품이다. 1947년 2월 28일에 일어난 대만에서의 사건을 상징화하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2.28사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50년이 지났지만 이 사건의 진실은 아직도 묻혀있다. 비극의 원인도 명확치 않다.
국적 갈등, 국가적 통일, 타이완의 독립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리고 총통이 공식 사과도 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트라우마 문화이다.


강요배의 <불인>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데, 금번에 제주도립미술관 포스트트라우마전을 위해 이곳에 전시되고 있다.
불인이라는 말이 무엇인가 하고 보았더니, 영어로 Ruthless라고 적혀 있다. 강요배는 우리나라 민중미술 1세대 작가이다.
그림은 4.3 역사화 연작의 마지막 작업으로, 제주도 조천 북촌을 그린 작품이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의 풍경을 담았다.
사람이 풍경을 저렇게 만든 것인지, 아면 그냥 있는 그대로의 변화무쌍한 자연을 그대로 옮긴 것인지, 무자비함(Ruthless)이 전해진다.


권오송(콴우송, Quan Wusong) 중국 작가의 <일식>이다. 이것은 중국을 침략한 일본 731부대가 하얼빈에서 인체 화학실험을 진행하는 
장면이라고 한다. 뭔가 모르게 음산하고 처참함이 느껴진다. 가운데 일본의 빨간기도 보인다. 일본인을 전부 미워할 순 없지만..앙금은 남는다.  


베트남 작가들의 그림들이 모여 있었다.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베트남 하면 누구나 알고 있는 그 베트남이다.
87세의 화가 할머니가 그림을 찬찬히 보고 있었다. 금번 여행에 동행한 분이다. 체구는 작지만 몸에 가지고 있는 역사의 흔적이 많으리라.


딘큐레 베트남 작가의 <농부와 헬리콥터>라는 비디오 영상물이다.
베트남 전쟁기간동안 미군의 헬리콥터 공격을 목격한 사람들은 여전히 헬리콥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헐리우드 영화 장면과 다큐멘타리 등을 결합해 만든 이 설치작품에서 베트남 전쟁의 상징인 헬리콥터를 위시해 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것도 딘큐레의 <암흑 속의 전망>이다. 이것은 현실이다. 암흑속에서도 전망은 있다. 판도라의 상자가 생각난다.  


베트남 전쟁을 겪고 난 세대가 느꼈던 추상표현주의 작품이다. 자유를 갈망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정신을 담아내고자 했다.




<한의 비>라는 작품 시리즈이다. 일본인 킨조 미노루의 작품이다.
오키나와 전쟁에 강제 징용된 한국인 강제징용 동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
잊어서는 안될 깊은 한을 용서와 상생으로 승화시켜 가자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가운데와 오른쪽의 목각도 킨조 미노루의 작품으로 2011년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 원전사고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에 갔을 때
폐허가 된 곳에서의 잔상을 목각으로 표현해 놓은 것이다. 


중국인 우웨이산의 작품으로 <가파인망>이다. 가정은 파괴되고, 사람은 죽어간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죽은 자식을 안고 통곡하는 어머니의 형상을 묘사한 작품이다.


중일전쟁 당시 중국의 수도였던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의 대규모 학살에 대하여 조소 작품으로 담은 중국작가 우웨이산의 작품이다.
시대와 국가는 다르지만, 민중들이 고초를 겪었던 모습들을 고스란히 담았다는 측면에서 금번 전시가 차별되었다.


중국 작가 펑홍즈의 2009년 작품 <모두 난징대학살로 사망했다>이다.
머리는 2차세계대전 전범인 도조 히테키로 만들었고, 몸은 중국 여성 희생자의 것을 결합시켰다.
그 중국 여인은 다리를 벌리고 있다. 일본군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것을 상징한다는 설명문을 읽었다.
한쪽은 가해자이고 다른쪽은 피해자이다. 사람들에게 죄를 인정하도록 하는 것은 복수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라는 글귀가 눈에 확 들어왔다.
자기가 잘못한 것을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어렵다. 왜냐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사고체계가 변하지 않으면 인정은 불가능하니까.


1층 전시실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갔다. 내용과 작품들이 어두워서 그런지 가는 길에 유리를 통해 바라본 밖의 화창한 모습이 더욱 반가왔다.


민중작가 홍성담의 판화들이 전시되어 있다. 5.18 광주항쟁과 유신독재에 대한 내용들이다.
모든 사건들은 공통점이 있다. 국내사건이건 국외사건이건 다 연결되어 있다.


매년 반복되어 회자되는 사건들, 어찌 보면 사람들은 상투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
숨기고 싶은 진실들이 파헤쳐지는 것이 너무나 싫을 수도 있다. 왜 자꾸 들춰내는 건가 하고 말이다.


높디 높은 천장에 창문들이 있는 것이, 거대한 감옥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아픈 역사의 전시회가 아니라면, 다른 면으로 세련된 건축물이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었다.


밖으로 나오면 야외 전시장이 기다리고 있다. 틈 사이로 다시 한라산 봉우리가 자태를 드러낸다.


깔끔하고 모더니즘적인 건축물은 미래시티를 연상케 했다.


장리석기념관이라는 팻말이 있다. 이것이 전시관 내부에서 처음에 방문했던 장리석 화백 전시실의 외벽인가 보다. 


제주도립미술관은 내부 전시실 이외에도 야외에서의 풍광이 아름답다. 방문한다면 전체적으로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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